2009년 05월 07일
내 생애 첫 기회, 그리고 바쿠만
여기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이 블로그의 주인장이 작가의 꿈을 가지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 것이다.
하지만 의지가 정말 약하고 끈기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어 현실의 넘사벽에 주저앉을 때가 수백번이라는 것도 알 것이다.
그러던 와중에 바쿠만이라는 만화책을 보았다.

만화가라는 것은 솔직히 말하자면 내게는 이상향같은 직업이었다. 만약 초등학교 때 그림을 잘 그린다는 소리만 들었어도 나는 바로 만화가로 전향했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미술과는 이미 서로 저주를 할 정도로 사이가 틀어졌고(필자가 그릴 수 있는 유일한 캐릭터는 졸라맨 뿐이다.), 내게 남은 것은 글 뿐이었다.
그래서일까? 바쿠만을 읽으면서 내가 바로 눈에 띄인 것은 주인공인 마시로 모리타카보다는 콘티를 짜는 타카키 아키토였다.
이 녀석과 나는 비슷한 구석이 있었다. 공부를 천재적으로 잘하는 것과 의지가 대단하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공부를 잘 하지만(필자의 입으로 말하기는 부끄럽지만 학창시절 수학만 아니었으면 인 서울이 여유있게 가능했을 정도의 성적이었다.), 글도 잘 쓴다는 소리는 들었다(작문상 몇 번 타본 것 가지고 자랑할 소리는 아니지만),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 자식은 '스스로 만화가가 될 생각을 한 것이다.' 고1 때 판타지 소설에 맛 들려 '나는 작가가 될 테다' 하고 미친 듯이 글을 썼던 예전이 불현듯 떠올랐다.
아무리 만화라지만 이런 생각을 하는 녀석이 간혹 있기는 하지.. 라며 읽다보니 그제야 마시로 모리타카가 눈에 띄었다.
필자의 입으로 말하는 것도 정말 부끄러운 얘기이지만, 고1 당시에는 판타지 소설에 정말 '미쳐' 있었다. 중 3때 처음 접한 신세계에 푹 빠져서는 중간고사 기간에도 소설을 손에 놓지 않고, 학교 컴퓨터 시간은 물론 학원 컴퓨터에서 남들이 수학문제 푸는 동안 소설을 쓰고 있었다. 만약 소설 쓰는 것을 안 아버지가 컴퓨터를 부숴버리지만 않았다면 지금도 소설에 미쳐있을 지 모를 일이었다.
그렇다면 지금은 소설을 싫어하느냐? 그것은 아니다. 지금은 라이트 노벨을 사 모을 정도로 좋아한다. 하지만 '좋아할 뿐'이다. 그 시절, 학교 공부 때려치고, 교과서 대신 소설을 읽을 정도의 패기와 열정이 지금의 내게는 남아있지 않다. 아무 생각 없이 글만 써오던 예전과는 달리 문체 생각한다 줄거리 파악한다의 핑계를 대면서 진도를 나가지 못 하는 현 상황이 그 증거임에 분명하였다.
정말 그 때는 명절 날 소설 쓰지 못 한다는 이유로 돈 준다는 친척집에 가는 것도 거부할 정도로 글을 썼는데, 지금은 왜 이 모양 이꼴이 된 것인가?
이 자식은 시험기간에도 그림을 만화체로 바꾼답시고 시험을 말아먹고, 만화를 그리기 위해 일부러 똥통학교에 간다고 하고, 정말이지 터무니없을 정도의 '노력가'였다. 마치 고1 때의 자신을 보는 것 같아 그리웠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스스로에 대한 한심함이 온 몸을 휘어잡았다. 이 녀석들은 이렇게 자신의 꿈을 위해 열심히 하는데, 게다가 아키토도 마시로의 그 열정에 반해 공부를 잘 한다는 메리트를 버리고, 도쿄대에 간다는 보험조차 버리고 아키토와 같이 똥통학교, 굳이 말하자면 실업계 정도 되는 학교에 들어가겠다고 한 것이었다.
순간 부끄러웠다. 나는 왜 이러지를 못 했나. 물론 마시로의 아버지나 할아버지처럼 내 아버지와 어머니는 나의 꿈을 용납해주지 않았다. 비축분이 들어있는 컴퓨터를 던져서 부숴버렸을 뿐 아니라(컴퓨터 폭발하는 것을 맨 눈으로 본 사람이 나 이외있을까? 일반 소비자들 중에서.) 어머니는 장장 5시간 동안 '설득'에 가까운 '협박'을 하셨다.(순간 학교 다니지 말라는 말이 그렇게 무섭게 들리기는 처음이었다.)
하지만 그 때 나는 결정을 할 수 있었을 게 분명했다. 자신의 모든 것을 글에 바칠 기회가 분명 거기에 있었다. 아버지 왈 '나도 문학을 엄청 좋아했지만 생활에 쪼들려 회사원 하고 있다.'라며 타이르실 때(실제로 나는 아버지가 쓴 시를 몇 구 보았다. 정말 잘 썼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그건 아버지고 지금은 그렇지 않잖아요. 라고 말을 하고 학교도 때려칠 각오도 되어있다고 왜 말을 하지 못 했을까?
그것은 학교를 그만두고 글을 쓰다 실패하면 아무 것도 되지 않는다는 불안감이 온 정신을 지배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나는 수학 이외의 과목의 성적은 꽤 잘나와 지금은 중앙대학교(캠퍼스지만)에 재학하고 있다. 소위 말하는 이름값하는 대학교에 발은 댄 것이다. 하지만 정작 내가 하고 싶었던 글은 하지도 쓰지도 못 한 채 쓴다쓴다 하면서 허송세월만 보내고 있다.
이 책을 다 읽은 즉시 나는 예전에 써 놓았던 글들을 읽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별볼일 없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성장해나가는 글들. 이 때 내 글이 성장해나갈 수 있었던 것은 미치도록 열심히 했었던 정열이 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지금 와서 내가 학교를 그만두고 소설을 쓴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얘기나 다름없다. 하지만 시간이 날 때 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어느 정도 가능한 얘기가 아닐까 싶다.
현재 5월 8일 이후, 프로 작가 중 한 명과 인맥이 닿아 글을 봐주는 커뮤니티에 넣어주겠다는 제의가 들어왔다. 최소 용량은 a4 30페이지. 본래는 50페이지 정도를 목표로 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고작 21페이지 정도 밖에 완성하지 못 하였다.
하지만 이 바쿠만이라는 책은 내개 큰 결심을 하게 해주었다.
그것은 피터지게 노력하라는 것! 이다.
이 녀석들이 프로급인 4시간 수면을 하고 모두 작업을 하는 장면을 볼 때 나도 이런 생활을 해야하지 않을까? 하고 진지하게 고민하였다.(그래서 방학 때 기숙사를 사용할 생각이다. 아무래도 집에 있으면 글을 쓰지 못 할 테니까.)
지금 바로 이 순간 부터 다시 예전의 나로 돌아갈 생각이다. 처음부터 잘 할 생각이 아닌 그저 재미있는 글을 쓰겠다는 일념 하에 글을 쓰던 나의 모습으로, 물론 아키토 처럼 뛰어난 작문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쪽도 나름 경력이 있고 열심히 하다보면 도가 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고로 오늘부터 나의 목표는 타카키 아키토! 정신적 지주는 '카와구치 타로'다!(카와구치 타로가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은 바쿠만을 사서 보시라~)
# by | 2009/05/07 03:21 | 생존일기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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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하는방법을 아는건 쉬운데(노력해야된다는걸 모르는사람이야 없을듯)한다는것 자체가 정말 어려운거인듯.ㅡ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