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4월 09일
The Grand War- 2話 道化의 歌舞 (2)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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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아침인 덕분에 한산한 마트를 둘러보며, 타이치는 장을 볼 목록이 적힌 메모지를 품 안에서 꺼냈다. 조금만 천성이 게을러줬으면 근처 편의점에서 인스턴트 식품을 잔뜩 사서 방에 쌓아두는 것으로 장보는 것을 끝낼 수 있겠지만, 아직은 직접 조리한 것이 더 입맛에 맞기에 요리를 하는 수고 정도는 감수하기로 한 것이다.
"오늘 저녁은 오랜만에 돈까스라 해볼까?"
최근 고기를 입에 댄 적이 그다지 없는데다 돈까스라면 다른 고기 종류보다 무난하게 한 끼의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런 생각이 든 타이치는 포장된 돈까스를 장바구니 안에 넣고 다시 마트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여어. 학생. 오늘 고등어가 싱싱하고 싼데, 관심 있나?"
이미 고등어는 냉동실에 잔뜩 있다. 아무리 단골 코너의 인심 후한 책임자의 말이라지만, 이미 잔뜩 있는 것을 또 사서 썩히는 것보다는 차라리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라 생각하며 그저 미소로 그의 호의를 응대할 뿐이었다.
"알겠네. 언제든 필요하면 얘기하게. 내 준비해둘테니까."
"고맙습니다."
"그보다 자네 사촌 동생이라고 하는 꼬마는 잘 지내고 있나?"
"그 녀석이야, 뭐. 건강 하나 없으면 시체인 녀석이니까요. 요즘은 비디오에 빠진 것 같아 문제이긴 합니다만..."
"하하하! 뭐, 그정도야 그 나이 때에는 다 있는 일이지! 어쨋든 수고하게!"
할 일이 빠쁜지 다시 안으로 들어가는 주인을 전송한 후, 아채 코너에서 몇 가지 야채를 장바구니에 넣은 타이치는 계산을 하기 위해 카운터로 향하였다.
"전부 17,800엔입니다."
"요즘 물가가 많이 올랐나보죠?"
"네, 뭐 그렇지요. 요즘 여러모로 불경기이니까요."
저번보다 3,000엔은 비싸진 물건들을 보며 입맛을 쓰게 다셨다. 최근에는 입이 늘었는데 수입은 오히려 적어져가는 타이치의 입장으로써는 이 상황이 즐거울 리가 없었다.
"매번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
물건들이 담긴 비닐봉투를 든 타이치는 마트의 정문에 설치된 시계를 보았다. 1시 20분. 오후 3시부터 시작하는 아르바이트까지는 아직 조금 여유가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의 음반이라도 구경하기 위해 에스컬레이터에 몸을 실었겠지만, 지금은 왠지 오메가몬이 했던 말이 마음에 무척 걸려왔다.
"설마.. 녀석들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일을 벌이겠어?
세계수의 힘을 얻기 위한 전쟁을 벌이는 자들에게도 몇 가지의 암묵적인 룰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신비 봉인'. 자신들이 싸우는 싸움은 어디까지나 자신들의 것. 그렇기에 하찮은 이들이 이 싸움에 대한 진의를 알게 해서는 안 된다. 마치 자신들은 보통의 인간이 아니라는 듯 한 고압적인 룰이었지만 덕분에 이 평온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을 자는 적어도 이 전쟁을 알고 있을 자들 중에는 없다. 1체만 있어도 자위대 정도는 순식간에 전멸시킬 괴물들의 전쟁이다. 당연히 괴물들의 뒤처리를 해주고 있는 세계수의 능력이 없다면, 지금쯤 이 도시는 폐허가 되고 몇 개의 국가가 전쟁을 선포한답시고 난리가 났을 것이다.
"나도 참, 쓸데없는 걱정을 하기는.."
고개를 저으며 타이치가 마트의 문을 나서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로비에서는 꼬마들이 새로 산 장난감을 뜯어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부모들은 그런 아이들의 반응이 기쁜 듯 서로를 보며 흐뭇한 웃음을 짓고 있다. 타이치는 조금은 부럽다는 듯 그들을 바라보았다.
"에?"
타이치는 순간 손에 들려있던 비닐봉투를 떨어트렸다. 자신의 눈이 받아들인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순식간에 지나간 영상. 그것은 아이의 손과 어머니의 다리가 맞닿은 곳에서 데이터의 변환이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는 모습이었다.
"그런..."
서로 다른 데이터 개체가 충돌하였을 경우, 두 가지의 반응으로 나뉜다. 충돌하여 서로 파괴되거나, 스스로를 변환하여 함께 존재하거나. 이 경우에는 후자겠지만,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인간'이라고 생각하였던 '개체'가 사실은 '데이터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이 자식....."
그제서야 타이치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후회하며 주변을 다시 한 번 둘러보았다. 그리고 이번에는 확실히 인지할 수 있었다. '건물 전체'가 형상을 유지하기 위해 '고속으로 데이터를 변환하고 있다는 것'을. 그것도 주도면밀하게 매번 다른 인풋 데이터를 풀어놓으며 자신의 눈을 현혹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실이란 말일세! 최근 이 지역에서 패밀리어 반응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단 말일세. 상대 마스터가 무슨 술수를 부리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가..'
타이치는 스스로 자신의 어리석음을 저주할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자신이 데리고 있던 녀석의 정보 수집력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도 모른 채 그저 안이하게 상황을 대처하고 있던 것이다. 실상 적은 오메가몬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대담하게 움직이고 있었던 것도 모른 채.
"게다가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녀석 따위는 이미 정해져있는데 말야. 나도 요즘 너무 둔해졌다니까. 수행을 다시 해야하나?"
타이치는 마트를 찬찬히 둘러보았다. 정신을 집중하며 돌아보니 금새 찾을 수 있었다. 고속의 데이터변동 가운데 유일하게 데이터 변동을 찾아볼 수가 없는 개체를. 타이치는 그 개체가 있는 곳을 향하여 조용히 걸어갔다.
"어머, 손님. 다시 오셨네요. 마침 잘 되었어요. 죄송하게도 제가 영수증을 잊어버리고 있었지 뭐에요? 사소한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냥 지나치고 있었는데.. 무척 꼼꼼하신 분이신가봐요?"
"기분나쁜 연극은 이제 그만 때려치는 게 어때? 이즈미 코시로. 이 벌레 자식아."
타이치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마치 야구공에 맞아 깨진 유리창이 갈라지듯, 그들이 있는 공간을 중심으로 하여 마트 전체의 공간이 부서지기 시작하였다. 기분 나쁜 파열음. 그리고 위태위태 유지되던 거짓된 공간은 산산히 부서져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이내 눈에 보이는 것은 폐허가 되어버린 마트와 시체에 붙어있는 유충들이 성장하고 있는 모습 뿐이었다.
"여전히 악취미로구만. 너, 내가 여기를 자주 이용한다는 것을 뻔히 알고 이 곳에 레어를 틀었겠다. 그리고 이 곳의 사람들은 네 녀석이 키우는 벌레들의 먹이로 이용한거냐?"
"이런. 간파당할 줄은 몰랐습니다. 사실 그 오메가몬이 그런 말을 했을 때는 가슴이 철렁했는데 말이죠. 설마 당신같은 둔한 사람이 제 일루젼 데이타(Illusion Data : 幻術)을 간파할 수 있게 될 줄이야. 저도 수행을 다시 해야할 듯 하군요."
"......"
"게다가 자신의 분수에 맞지 않는 너무 과분한 대접을 받고 있어요. 그토록 대단한 디지몬을 이런 별거 아닌 사람이 지니고 있다니 말입니다. 오메가몬은 정확했어요. 이 녀석들은 유충이기는 하지만 동시에 제 환술의 촉매가 되는 패밀리어. 그것을 당신의 디지몬은 정확히 간파한 것입니다. 순간 시기했답니다. 당신이라는 사람을."
어느새 카운터에서 친절하게 계산을 해주던 사원의 모습은 없고, 단지 붉은 머리칼을 단정히 정돈한 소년이 미소를 지은 채 타이치를 비꼬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타이치는 머리를 긁적이며 한숨을 쉬더니 소년, 이즈미 코시로를 향해 눈일 치켜떴다.
"네 녀석 말야. 역시 변하지 않았어."
"예?"
영문을 알 수 없는 타이치의 말에 의아해하던 코시로는 묵직한 충격이 자신의 온 몸을 강렬하게 두드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으며 벽 저편으로 날아가버렸다.
"항상 쓸데없는 말을 해서 매를 번단 말야. 가만 있으면 그냥 봐줄 것도 말이지. 정말 네 녀석의 학습 능력은 제로인거냐? 무뇌아?"
"큭."
몸 안에서 울리는 말도 안 되는 충격의 여파에 비틀거리며, 코시로는 자신을 경멸하듯 내려다보는 타이치의 모습을 증오하듯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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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즐감해주세요^^
# by | 2008/04/09 22:55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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