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1 LIVE

PART1 LIVE

1

빛이 닿지 않는 지하. 인공의 에너지로 이루어진 불빛이 어둠의 장막을 그나마 걷어주는 공간에서 화면을 바라보던 소녀의 입가에는 한숨이 머물러있다.

"정말... 뭐 하는 녀석이야? 이 녀석."

의심의 눈초리를 한 눈에 받고 있는 화면은 이해하기 힘든 자료를 문자로 처리하는 과정을 보여줄 뿐이었다. 이미 홀로그램을 이용한 그래픽 처리를 지향하는 시대임에도 이런 작업을 하고 있는 자신이 우습지만, 대상의 OS가 1세대 전의 것인 이상, 이 방법 이외에는 사고회로의 자료를 읽어낼 방법이 없다.

"AT(Accept To). 3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생산되지 않았을 터인 OS가 어째서 이런 최신식의 기체에..... 게다가 이 정도 규모의 보안벽이라니. 메모리 전체를 사고회로와 단절시켜 논 것이나 다름없잖아."

OS자체도 구형이지만, 메모리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는 것은 인간에게서 뇌의 사용권을 박탈한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눈앞의 안드로이드는 시스템이 다운되기 전까지 제대로 된 사고활동을 했음은 물론이거니와 자신이 한 일에 대해서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설마 구형의 OS를 최신식의 기체에 옮겨다 놓아도 활동할 수 있는 지에 대한 실험? 아니야. 그런 짓을 녀석들이 할 리가 없어."

이미 단종 된 OS를 활용한다는 것 자체가 그들에게는 비효율적이라 느낄 것이다. 물론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망가지면 수복할 기술자조차 없는 마당에 얼마 남지도 않은 OS를 이제 와서 사용할 리가 없다.

"하아.. 도통 알 수가 없구만. 이 녀석은. 아무리 흥미가 있다고는 했지만, 이렇게 까다로운 손님이라면 이쪽이 먼저 지쳐버린다고."

[데이터 처리가 끝났습니다.]

"아아. 고마워. 결과는 홀로그램으로 보여주지 않을래?"

[예.]

절망에 빠져있는 찰나에 듬직한 아군으로부터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신이 이곳에 자리 잡을 때부터 가동시킨 가상인격 AI. 시리아는 자신이 할 수 없는 OS 관련의 복잡한 처리에는 발군의 성능을 자랑하였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닌 듯 문자의 복잡한 배열로 이루어져있던 데이터가 홀로그램을 통하여 이미지화 되어간다.

"역시... 이 정도의 방화벽이 구축되어있어도 제대로 사고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이상해. 그렇지 않아?"

[하지만 강제로 정보를 주입당한 흔적도 보입니다. 군에서 과다한 정보를 메모리에 넣는 것으로 방화벽을 뚫어보려고 한 것으로 사료되는군요. 그 영향으로 인해 메모리와의 연동으로 사고회로가 조금이나마 자신의 기능을 찾았다고 하면...]

"불가능한 것은 아냐. 하지만 그런 확률은 0.31%라고. 네 계산대로라면."

[0%는 아니에요. 시타. 우리들에게 이미 콤마 수치의 단위 확률을 이뤄낸 녀석들 따위 희귀하다고 볼 수 없어요.]

시리아는 차갑게 단언하며 다시금 구성 소체에 관한 정보를 꺼내놓는다. 그 와중에 시타는 자신이 거둬들인 안드로이드. 발란디를 바라보며 조금 생각에 잠겼다. 1세대도 전의 구형 OS. 암호의 장벽으로 가려진 메모리. 그것이 비효율적인 것을 알면서도 뚫으려 했던 군.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이지만, 하나의 가정을 내린다면 아귀가 지나칠 정도로 잘 맞는다.

"이 암호의 장벽 뒤에.. 무슨 정보가 있는지 볼 수 있을까?"

[...불가능해요. 아무리 구시대의 암호이지만, 무척 복잡한 구성입니다. 읽어내더라도 해석 프로그램을 오작동시켜 일정 지점에서 다시 리셋해버리고 있어요.]

"뫼비우스의 띠..인가?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야. 운영체제는 AF(Accept For)로 변환시켜서 사고회로를 새 모델로 옮겨버려. 강제로라도 좋아. 다만 메모리 자체는 상하지 않도록. 방화벽 째 옮겨서 새로운 환경에서 부수는 것도 괜찮아. 그렇게 되면 이쪽이 쓸 수 있는 수단이 많아지니까."

[알겠습니다.]

"나는 이 녀석의 소체를 구해올게."

[군에 쳐들어갈 심산인가요?]

어디까지나 고성능이 아닌 양산형의 기체를 만들어내는 군의 기술력은 그다지 높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신소재를 독점하는 만큼 지금의 소체를 대신할 만한 것을 찾아내기에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설마. 무모한 짓은 하지 않도록 할테니까. 안심하고 작업하도록 해."

[..알겠습니다. 앞으로 13시간 내에 작업을 마쳐놓지요.]

"응. 그럼 부탁해."

2

"......."

희미한 의식의 안에서 빨려드는 듯 다가오는 빛을 맞이한다. 작은 것에서 느껴지는 따스함을 만끽하며 주위를 둘러본다. 어둠. 그 곳에서 느껴지는 것은 편안함마저 드는 안식. 두 가지의 축복과 동시에 깨달았다.

'자신은 되살아났다.' 라고.

자각과 동시에 알지 못 하던 OS가 메모리를 재구축한다. 알 수 없는 사고의 유동, 낙인, 그리고 최후에 보이는 것은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주었던 한 소녀의 미소.

그것을 최후로 자신은 현실이라는 잔혹한 공간에 시선을 강요받았다.

"여! 일어났어? 꽤나 대수술이었는데. 용케 빨리 일어났구만?"

"대수술...입니까?"

"아아. 그 머저리같은 OS부터 부서져버린 몸까지 전부. 내 나름대로 소체의 개조도 포함해서."

"그렇군요."

하지만 지금의 소체에 위화감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이전에 사용하던 것이 억지로 사용하던 것처럼 느껴질 정도의 자연스러움은 소녀가 가지고 있는 기술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새삼 자각시켜주었다.

"하지만 그 폐기물 같던 소체를 용케 이 정도까지 복원하다니... 대체 어떤 마술을 부린 것입니까?"

"아아. 그건 내가 따로 보관하고 있어. 아무리 그런 상태여도 군의 소체를 버리기는 아까워서 말이지."

"....예?"

상식 밖의 발언을 하는 것에 탁월한 재능을 가진 듯한 자신의 사고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당연하다는 듯이 하였다.

"그럼.. 이 소체는 제가 이전에 가지고 있던 소체와는.."

"엄연히 군용 합성 티타늄 소재의 이전 소체와는 달라. 하지만 그 소재를 재현해낸 비슷한 것이니까. 염려하지 않아도 될꺼야."

"비슷한 거라면.."

"뭐... 바이오 메탈(Bio Metal)이라고 하면 알까나?"

소녀가 말 한 단어는 메모리에도 분명 남아있었다. 그것은 한 때 군에서 활용하려 했으나 예산의 문제로 폐기하여 지금은 민간의 의료시설에나 가끔 볼 수 있는 나노기술과 인공뉴런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기적의 생체금속. 확실히 그것이라면 유전자 조작을 통하여 군의 소재를 재현하는 것도 가능할지 모른다.

"그런 것을 왜 당신이...."

"당연히 병원 폐기물 처리장에서 슬쩍한 게 남아있어서 말이지. 사립 의료시설에 가면 고급인 소재들도 부호들의 취향에 맞지 않는 디자인이라면서 금방 폐기해버린다고. 정말이지.. 하나에 100만 달러 이상은 가는 것을 그렇게 쉽게 버리다니... 부르주아나 군이나 자원을 낭비하는 과외라도 받고 있는 게 아닐지 의심을 할 정도야."

즉, 소녀는 병원에서 폐기처분 할 터였던 바이오 메탈을 몰래 가져와 그것을 가공하여 군의 신소재를 거의 완벽하게 재현한데다 그것에 자신의 기술을 덧붙여 성능을 향상시켰다는 것이다. 믿을 수는 없지만 자신이 그 결과라는 것을 알고 있는 이상 조용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당신.. 지금 당장 국가연구소에 가도 소장 이상의 직책을 받을 수 있다고요. 이런 터무니없는 짓을 할 정도의 실력이라면."

"뭐, 돈이 남아도는 것은 좋겠지만. 아직은 학생인데다 나는 어디에 얽매여있는 것을 싫어해서 말이지. 관심없어."

"그나저나 이런 기술을 어디서 가르쳐준 것입니까. 당신 혼자서 독학했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보는데요?"

".....13차 특별 훈련소. 그거면 충분하지? 우리 양친이 전부 군 기술자였거든."

그제야 사고회로에서 엉키던 실타래가 풀렸다. 군에 몸을 둔 이들의 자식은 반드시 적성검사를 한 번 거치게 되어있다. 검사에서 좋은 결과를 내게 된다면 특별 훈련소로 가게 되는데 고등교육과정을 모두 이수하게 되면 군에 바로 편입하게 되어있다. 하지만..

"자퇴하신 거로군요?"

"뭐, 그렇지. 부모님들은 결사반대했어. 성적은 꽤 좋았거든. 하지만 훈련소 생활은 따분해서 관둬버렸어. 덕분에 지금은 양친과 절연해서 별거 중. 하지만 나는 이쪽이 더 좋아."

"확실히 그렇겠군요. 당신의 성격에 훈련소는 무리지요."

군에서 원하는 것은 명령을 확실히 이행할 수 있는 기술자이다. 하지만 소녀의 성격에 그런 것은 적성에 맞지 않는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면서 기대 이상의 실적을 올리는 것. 하지만 군에서 그런 행동을 용납할 리는 없으니, 그녀는 떠나는 것을 선택한 것이리라.

"하지만 앞으로 그런 위험한 행동은 삼가주십시오. 지금 당장 경찰이 들어와 체포한다고 하더라도 아무 말 할 수 없는 훌륭한 범법행위입니다."

"에? 하지만 이 방법 밖에 없었는걸."

"아무튼 결과가 좋았으니 이번은 넘어가겠습니다만, 제 마스터가 위험해지면 탈주자인 저로써는 무척 곤란해진단 말입니다."

당연히 군은 경찰에게도 비밀스럽게 정보를 제공해놓았을 것이다. 만약 경찰이 나를 발견한다면 당장 체포하기 위하여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모습이 선명하였다. 하지만 소녀는 안심하라는 듯이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괜찮아. 일단 외모는 전부 내 취향으로 바꿔버렸으니까. 바이오 메탈도 합법적인 소재이고. 합성 티타늄화 되어있다고 해도 그것은 군의 특별 훈련소 생활의 성과라고 해두면 돼. 그래도 체포하겠다고 하면 절연한 양친에게서 군의 의뢰라도 받아서 한두 개 해결해주면 그만이야. 군도 성과가 있으면 이 정도는 눈 감아주고, 양친도 자신들의 성과로 올려주겠다고 하면 차마 거절하지는 못 할 꺼야."

".....거기까지 계산해두었던 것입니까?"

"쓸 수 있는 것들은 최대한 활용한다. 이것이 내 신조여서 말이지."

"당신의 성격은 잘 알겠습니다. 게다가 방금 그 핑계 바로 떠올린 것 치고는 정말 훌륭했고요."

소녀는 속내를 들켰다는 듯이 쑥스러운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그녀의 말에 딱히 이론을 제기할 이유는 없었다. 그만큼 그녀의 말은 현재의 상황을 돌파하는 데 가장 확실한 방법인 것이었다.

"어쨋든 이제 괜찮은 것 같으니, 나는 예약을 처리하러 가 볼게. 너를 치료하는 동안에 잔뜩 밀려서 밤샘을 해도 모자랄 지경이야."

"예약? 무슨.."

"관심이 있다면 보러 와도 좋아. 하지만 옷은 제대로 입고 올 것. 알겠지?"

소녀의 목소리에 반응하듯 시선은 침대의 밑으로 향한다. 과연 거기에는 이전의 소체에는 발견할 수 없었던 것. 게다가 상식적으로 인간의 남성만이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되는 것이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하고 있었다.

"......시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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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라이느 | 2008/09/16 18:43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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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로교 at 2008/10/07 23:08
오우오우. 내일 이앞에 위치한 두편의 글도 마저 보겠습니다 'ㅅ'/

글잘쓰시는 분이 부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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