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1 LIVE(2)

3

"아하하. 미안, 미안. 하지만 소녀의 이미지는 왠지 떠오르지 않아서 말이지. 일단은 그래도 사진보고 꽤 정교하게 만든 거라고."

"당신이 터무니없는 것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깨달은 것입니다만 이 정도로 터무니없을 줄은 몰랐습니다. 이 다음은 무엇인가요? 저에게 생식 기능이라도 추가하실 작정입니까?"

"아, 그건 이미 했으니까, 다른 것을 찾아봐야지."

"이미 한 것입니까?!"

터무니없는 실력을 가지고 있는 이 소녀는 그 실력만큼이나 괴짜였는지 이론상으로만 가능한 '인공 생식기'까지 내게 추가해버린 것이다. 이래서야 칼로 체내를 열어보지 않는 한 이 소체가 안드로이드인지 인간인지 구별할 방법은 전무할 것이다.

"나도 별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었지만... 왠지 그거 수요가 많아서 말이지. 역시 그런 것이 없는 한 뭔가 완성되지 않았다는 느낌이 든달까.."

"하아.. 어쩔 수 없지요. 그래서 제 안에 넣은 유전자는 대체 무엇입니까?"

"일단 정자 은행에서 샘플로 마구 가져온 것 중에 하나긴 하였는데 말이지.. 하지만 생전의 직업은 기술자. '레이나르 베르탄스'라고. 알고 있어?"

"전혀요. 그런 사람에 대한 정보는 제게 입력되어 있지 않습니다."

아마 군에 소속되면 의무적으로 행하는 유전자 수집에 참여한 기술자 중 한 명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군은 어떤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가 후손을 가지지 못 한 채 사망하였을 경우 인공 수정시켜 반려나 다른 이에게 입양시킨다. 언제 생명을 잃을 지 알 수 없는 직업을 가지게 한 군으로써는 최선의 배려를 한 것이라 볼 수 있겠지만 왠지 생명을 공장에서 만드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 그다지 선호하는 이는 없다고 알고 있다. 그럼에도 중요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이들은 의무적으로 행하니 그 수는 꽤 많을 테지.

"뭐, 전쟁에 의한 피해도 많은 데다 군에 협력을 하지 않아 가세가 많이 기운 집안이니, 네가 가서 도와주겠다고 하면 거절은 하지 못 할꺼야?"

"설마 저더러 군을 피해 안면도 없는 집안을 방패로 삼으라는 소리인가요?"

"판단은 네 자유야."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이용한다. 그렇게 말한 소녀는 자신의 힘이 '닿지 않았을' 경우까지 상정하여 자신에게 발판을 만들어준 것이다. 이 경우에 어떤 말을 하여야 할 지 몰라 망설이는 사이, 어느새 앞에는 처음 대하는 홀로그램이 인상을 찌푸린 채 기다리고 있었다.

[시타. 발란디. 왜 이렇게 늦은거죠?]

"아하하. 조금 이 녀석이랑 실랑이가 붙어서 말이지. 그녀는?"

[기브 업이에요. 이 이상 저의 능력으로 그녀를 제어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꽤나 난폭한 성격인가 보군요. 우리의 고객은. 저는 처음 뵙는 것이 됩니다만, 그 쪽이 그런 상태라면 아무래도 조심하는 게 좋겠군요."

맞는 말이야. 라고 하며 한숨을 쉬던 시타는 갑작스레 이상을 발견한 듯 자신을 돌아보았다. 조금은 난감한 표정. 하지만 그 이유라면 조금은 알 듯 하였다.

"어째서 눈앞의 홀로그램에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는 것인가? 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이로군요."

"내가 알기로는 시리아가 자신에 대한 것을 너에게 입력시키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거든. 서로 다른 사고회로의 기억이 충돌했을 시 생기는 부작용에 대해서 그녀도 알고 있으니까 말야."

"솔직히 얘기하시죠. 당황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고요."

마치 속마음을 들켰다는 듯 얼굴을 붉히는 시타의 앞에서 시리아는 웃음을 감추지 못하였다. 꽤나 자신의 주인이 되려 당한 것에 재미있었는지 시선으로나마 감사를 전하는 그녀를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당신이 뛰어난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소체의 개조와 사고 프로그램의 전환을 두 가지 전부 행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게다가 이 소체를 '가져오는' 수고까지 들인 당신이 단시간에 모든 작업을 끝내기엔 무리가 있지요. 당신을 돕는 조력자가 제 사고회로에 관한 모든 것을 담당했다고 할 수 밖에 없지요. 게다가 저의 존재는 극비였을 터이니 함부로 드러낼 수 있을 리도 없으니, 근처에 당신이 꽤나 신용하고 있는 상대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였습니다. 뭐, 가상인격 AI라고는 생각지 못 했습니다만.."

[꽤나 냉철한 추리력이로군요. 하지만 가상인격 AI이기 때문에 OS의 교환이나 사고 프로그램의 유동을 담당할 수 있는 것이랍니다.]

"정설이로군요. 확실히 가상 인격 AI는 데이터로 이루어져 있기에 자료에 관한 작업을 더 쉽게 할 수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만... 당신도 괴짜인 것은 시타와 닮았다고 해두도록 하지요."

[예. 일단은 그렇게 해두지요.]

마치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다는 호기심 어린 눈빛에 곤란하다는 듯이 머리를 긁적였다. 가상 인격 AI는 확실히 자료에 관한 작업을 용이하게 해낼 수 있을 지도 모르지만, 그와 동시에 처리하고 있는 자료에 자신의 중심부까지 완전히 노출되기 때문에 역으로 초기화 되어버릴 수 있는 위험부담을 가지고 있다. 그런 것을 모를 리 없는 이가 이런 대담한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 시타와 닮았다고 할 수 밖에 설명할 수 없었다.

"어이, 시타. 대체 뭘 하느라고 이렇게 늦는 거야! 한 시간도 넘게 기다렸다고!"

"아, 미안. 티그리스. 오래 기다렸어?"

"정말이지. 어레?"

그러던 와중에 더 이상 기다리는 것을 참지 못 하였는지 긴 연보랏빛의 머리칼을 늘어트린 여성이 찌푸린 얼굴을 감추지 않은 채 문을 거칠게 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눈앞의 여성이 소녀의 고객이라고 생각되는 상황. 하지만 그것을 이해하지 못 하는 것을 자신의 지식이 부족하다는 것으로 탓해도 되는 것일까?

"....안드로이드?"

"음? 새로운 취향의 조수라도 데려온거냐? 확실히 네가 자그마한 것을 좋아했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작은 녀석은 또 처음 보는데?"

"꽤나 실례되는 말씀을 하시는군요. 그저 소체를 교환하기만 하면 커지는 신장 따위에 아무런 의미도 없습니다. 요컨대 그저 무게만 더 나갈 뿐이지요."

"호오? 시타 녀석도 꽤나 담이 센 녀석을 데려왔구만. 꽤 마음에 들어. 내 앞에서 그런 말을 하는 녀석은 요즘 들어 통 보지를 못 했거든."

헝클어진 연보랏빛 머리칼을 한데로 묶으며 유쾌하다는 듯 미소를 짓고 있는 안드로이드. 전신의 센서가 사고회로의 허락도 없이 온 소체의 신경을 곤두세우기 시작했다. 마치 가면을 쓴 것과도 같은 얼굴의 뒤로 새어나오는 '적의'에 반응한 것이다.

"아앗! 아프다고!"

"아프라고 하는거야! 정말이지... 다짜고짜 임전태세라니 대체 뭘 하려는 속셈이야? 적어도 여기가 '구호소'라는 것 정도는 머릿속에 넣어두지 그래?"

"그거라면 저 녀석도 마찬가지라고. 그런데 어째서 나만.."

"어라, 잘 모르겠는데? 게다가 너는 상습범이라고. 이제까지 네가 망가트려놓은 기재들의 무덤에서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한숨을 쉬며 티그리스의 귀를 잡아당기고 있는 그녀에게 가볍게 인사를 하였다. 아마 그녀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곳이 단번에 무너질 정도의 과격한 전투가 시작되어버렸을 지도 모른다. 부모에게서 떠나 자립한 그녀에게도 자신의 공간을 잃는 것은 과히 좋지 않은 결말이라는 것이겠지.

"실례했습니다. 무례를 범하였군요."

"발란디. 이런 바보한테는 사과하지 않아도 좋아. 정말이지.."

"너무한다고. 시타.. 나같은 단골고객도 없을 텐데 말이지.."

"최고의 단골이 최악의 고객이어서 문제이긴 하지만 말야. 그래서 이번에는 뭐가 문제인거야? 티그리스. 저번에 손봐주었던 어깨가 벌써 나가버린 것은 아닐테지?"

"아아. 어깨는 아직 괜찮아. 꽤나 장기출장을 갈 일이 생겨서 말이지. 일단 조금 조정을 받아두고 싶은 것뿐이야."

4

이야기를 들으면 그녀는 프리. 군에 소속되지 않았지만 그들이 손대기에는 껄끄러운 사건을 해결해줌으로써 수입을 올리고 있었다. 물론 세계 여기저기에 산재해 있는 것이 프리이지만 안드로이드가 프리로 활동하는 것은 꽤 드문 일임에도 수완이 좋아서인지 그녀를 찾는 부대는 얼마든지 있고 소득도 나쁘지는 않다고 한다.

"그래서? 어디로 나가는데 2달이나 남은 정기검진을 지금 받으러 온 거야?"

"사마리아. 내전이 다시 일어난 모양이야. 이번에는 확실히 뿌리를 뽑아달라고 의뢰가 들어와서 말이지. 일단 시작하게 되면 적어도 반년은 머물러 있어야 할 것 같아. 그런데 출발일이 다음 달로 잡혔더라고. 아무리 나라도 제대로 된 컨디션이 아니면 효율적인 작전 수행에 지장이 있어."

"그 동네는 정말 질리지도 않나보네. 요즘은 꽤나 잠잠해져서 정신을 차렸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뭐, 또다시 세계대전이 일어나는 것보다는 낫잖아? 게다가 아직 표면화 될 정도로 규모가 확산되지는 않아서 타국에서는 외교적 협상을 서로에게 권유하는 모양이야. 이뤄질 가능성은 미비한 모양이지만..."

서남아시아 계열의 인종으로 이루어진 노아(NOAH) 라후라(Rahorah)는 약 5년 전만 하여도 이슬람 계열의 과격파들이 종교개혁의 성전이라는 것을 목표로 힌두교나 기타 종교를 믿고 있는 다른 지역의 주민들에게 전쟁을 걸어오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려(麗)에서 라후라의 정세에까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게다가 어찌보면 이제는 흔해진 내전이잖습니까?"

"뭐, 그 바티잔과 크기는 대등한 노아이지만, 아직 개발이 덜 되었달까? 실상으로 보면 군사력은 다른 곳에 비해 약해. 그저 인력의 부족을 기술의 차이로 대신하고 있을 뿐이지."

"지하자원의 완전 고갈. 그리고 3차 세계 대전. 그 암흑의 130년이 세계의 활력을 거의 소진시켰다는 거겠지. 회복되는 중이라고는 하지만 인류는 이미 한 번 이 지구와 멸망했었으니까."

"그렇다 해도 벌써 뉴 제네시스(New Genesis)가 이루어진지 400년입니다. 이렇게나 더디다니, 문명의 진화 스피드를 생각하면 조금 이해하기 힘들어요."

인류는 거의 200년 만에 기존의 문명을 완전히 바꿔버린 전과가 있을 터였다. 물론 기술의 진보는 여전히 빠르지만, 과거 지구의 한계까지 강요하던 그 스피드에 비하면 지금의 발전속도는 터무니없이 더뎠다.

"뭐,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말야. 역시 인구의 증가가 더뎌서 아닐까? 지금 이 혹성에 머물고 있는 인간의 수는 이전의 10분의 1도 되지 않으니까 말야. 게다가 출산률도 너무 줄어버려서,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베이비 붐이라고 부를 정도의것은 찾아볼 수도 없어."

"과연, 그것은 맹점이었습니다. 주축이 되는 인류가 없으면 아무리 기술이 진보하더라도 그 문명의 발달이 더딜 수밖에 없겠지요."

[시타, 슬슬 준비해둬요. 거의 다 되었으니까요.]

"아아, 알았어."

시리아의 말에 시타는 화답하며 조용히 홀로그램 상으로 그녀의 데이터차트를 검토하였다. 여담이지만 그녀의 소체는 1세대 이전의 것으로 현재 부품이나 그에 관한 데이터도 이미 사라진 지 오래라 그녀를 맞이하는 것은 언제나 대소동이라고 한다.

"그런데 어째서 시리아에게만 검진을 해달라고 한 거야? 설마 내 실력을 믿지 못 하겠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할 건 아닐테고."

"네 녀석이 먼저 온 녀석을 보고 있다고 하는데, 상황이 급박하니까 그렇지. 군사행동을 하는데 그냥 무작정 비행기만 타고 가면 되는 것은 아니잖아. 브리핑이랑 준비, 지휘체계 양도 등. 해둬야 할 게 산더미인데다 간단한 조정이면 되니까 네 손까지 필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뿐이야."

"뭐.. 그런 것이라면 다행이지만..."

"어쨌든 서둘러 줘. 이제 정말 시간이 없다고. 앞으로 2시간 후면 공항에서 하늘에서 브리핑을 해야 한다고. 지각 같은 것으로 신용을 잃고 싶지는 않아."

"예. 예. 일 쪽의 신용을 잃는 것은 두렵고 친우의 신용을 잃는 것은 괜찮다는 거지?"

"하..하.. 그런 게 아니라..."

대답하기 곤란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던 티그리스는 한참을 머뭇거려야 했다. 자신의 입장에서 어느 한 쪽을 고르기는 힘든 상황이었던 것이다. 일에 대한 프로의식과 친우에 대한 감정이 서로 폭주하는 가운데 뇌리에서 찾아낸 작은 돌파구로 하여금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꽤나 별일이네. 네가 시리아 이외의 조수를 데리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는걸? 게다가 이런 귀여운 모습으로 말이지."

개조당한 입장에서 들으면 무척 기분이 상하는 말이지만, 당사자의 기분 따위는 알 바가 아니라는 듯이 자연스레 그 부분을 화제에 올리는 것을 보면 할 말조차 무색해진다.

"호오.. 마스터는 자기보다 작은 소년이 취향이었나 보군요."

"뭐, 그런 셈이겠지만.. 그보다는 은발에 집착을 하는 듯 해. 자기가 개조한 녀석들의 머리칼은 기본적으로 은발이니까 말야. 하지만 네 경우에는 더 특이한 걸? 자색의 눈동자라니. 이 녀석이 손을 댄 것 치고는 꽤나 특이한 타입이야. 너."

"남의 작품에 쓸데없는 비평은 그만하고 어서 캡슐 안으로 들어갈 준비나 하시지. 거의 끝나가니까."

"에에? 마기-캡슐(MAGI-CAPSULE)까지 내놓을 필요는 없잖아? 간단한 조정인데."

"할 거면 철저히 하는 것이 내 방침이야. 알잖아. 게다가 그 쪽이 너를 위해서 도움이 된다고."

확실히 간단한 조정을 하기 위해서 정밀 검사 및 치료를 담당하는 마기 캡슐을 내놓을 이유는 없겠지만, 그녀의 말에 일리는 있다. 그녀가 활동하는 전장에서는 '그녀의 부상'을 제대로 치료할 수 있는 기기가 있을 리 만무하다. 잠시 시선의 공방이 오가던 가운데 먼저 백기를 내건 것은 역시 숨기는 구석이 있는 티그리스였다.

"....쳇. 그냥 솔직하게 눈치 챘으니 포기하라고 확실하게 얘기하면 좀 좋냐?"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는 걸?"

"어이.."

"하아.. 소체에 향하는 데미지 같은 것은 생각도 안 하던 녀석이 이제 와서 조정을 해달라는 것부터 수상했어. 게다가 지금의 움직임을 봐서 가장 부상이 심한 곳은 척추 쪽이야. 내 눈에 띄면 들통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시리아에게 봐달라고 한 거지? 그 아이에는 위장 데이터를 보낼 셈이었고. 안 됐지만, 이번만큼은 닥터스톱을 각오하고 있어."

자신의 전략이 들통나버린 것을 분해하던 티그리스는 결국 한숨을 쉬며 패배를 시인하였다. 필시 이쪽의 기량을 제대로 꿰뚫지 못 한 채 어설픈 전략을 세운 탓. 이렇게 되면 패배한 쪽에서는 원망도 내뱉지 못 하게 된다.

"그런데 당신.. 지금 뭘 하고 있는 겁니까?"

"뭐냐니.. 캡슐에 들어가는데 옷을 입고 있을 이유는 없잖아?"
"제대로 탈의실에서 갈아입으란 말입니다!!!!"

이 글과 관련있는 글을 자동검색한 결과입니다 [?]

by 키라이느 | 2008/09/16 18:46 | 트랙백 | 덧글(0)

트랙백 주소 : http://zoflrxj777.egloos.com/tb/834102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